할머니와의 나들이 : 키즈카페
토요일 아침, 잠이 덜 깬 상태에서 눈을 비비며 일어난 아이가 제일 먼저 찾은 건 다름 아닌 할머니였다.
할머니한테 전화 걸어달라며 때쓰는 아기...
아이의 말에 미소가 번졌다. 아직 얼굴도 씻기 전인데, 이렇게 누군가를 애타게 찾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래, 할머니께 전화부터 걸자.
통화 연결음이 짧게 울리고 곧바로 할머니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이 얼굴엔 환한 웃음이 번졌다. 아마도 잠결에도 할머니가 그리웠나 보다.
그런데 통화 중 문득, 아이가 할머니의 프로필 사진을 유심히 들여다보더니 갑자기 외친다.
"크롱! 크롱! 물! 물!"
어머나, 그 사진 속 장소를 기억해낸 거다.
몇 달 전, 우리 셋이 함께 키즈카페에 갔던 날. 할머니가 아이와 땀을 뻘뻘 흘리며 놀아주셨던 그 추억.
작은 기억 하나가 아이의 마음을 콕 찔렀나 보다.
“가! 가!"
점점 커지는 아이 목소리에 웃음이 터졌다.
그 와중에 할머니도 전화를 통해 들리게 말하신다.
“그래, 우리 같이 가자~ 할머니도 갈게!”
순식간에 상황은 정리됐다.
나갈 준비를 마치고, 아이 손을 잡고 다시 키즈카페로 향했다.
늘 그렇듯이 아이는 문을 열자마자 날아다녔다.
이곳은 아이에게 천국이나 다름없는 공간이다.
미끄럼틀, 볼풀, 트램펄린, 미니 주방까지…
무엇 하나 놓칠 수 없다는 듯 이곳저곳을 쉬지 않고 누비며 2시간을 꽉 채워 놀았다.
그 와중에 할머니도 여전히 아이 곁을 지키며 함께 뛰고, 웃고, 손을 잡아주셨다.
볼풀에 들어가 “아이고 허리야~” 하시면서도 아이가 웃으면 함께 웃고,
트램펄린 앞에선 “옛날엔 나도 잘 뛰었는데~” 하시며 환하게 웃으셨다.
나중에는 살짝 지치신 기색이 역력했지만, 아이 손에 이끌려 움직이는 그 모습이
왠지 뭉클했다.
세월이 흘러도, 아이가 원하는 걸 해주고 싶은 마음은 그대로구나 싶었다.
카페에서 나올 땐 아이도, 할머니도 웃음꽃이 피었다.
“할머니, 오늘 너무 재밌었어!”
아이의 말에 할머니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씀하셨다.
“나도 행복했어~ 우리 또 가자~”
그렇게 키즈카페를 나와 다시 할머니 댁으로 향했다.
아이 입장에선 오늘 하루가 진짜 ‘종합선물세트’처럼 느껴졌을 거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아이는 할머니 서재에 있는 책들을 꺼내 읽어달라며
“현장학습 시간이에요~” 라고 했다.
어디서 그런 말은 또 배웠는지, 웃음이 나왔다.
책을 읽다가 할머니 무릎에 누워 꾸벅꾸벅 졸던 아이.
그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럽던지.
그림처럼 평온한 순간이었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 특별한 걸 찾느라
이런 소소한 일상의 선물을 자주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오늘 하루는 평범했지만, 그래서 더 따뜻했고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아이와 할머니, 그리고 그 사이에서 웃고 있는 나.
그것만으로도 참 감사한 하루였다.